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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그 안에 담긴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상생

<생물의 다양성>토종콩 이야기..'내가 콩알만 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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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단 연두농장 대표
기사입력 2010-11-17

“콩 이름이 왜 선비콩이예요?”

가을볕이 좋아 단풍놀이라도 가고픈 토요일인데 연두농부학교 학생들은 농장 마당에서 콩더미를 가운데 두고 둘러 앉아 콩 타작을 하고 있습니다. 도리깨가 망가져 대신 막대기로 마른 콩을 두들깁니다. 마른 꼬투리가 터지고 이런 저런 콩을 고르던 한 분이 물었습니다.



"글쎄요.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네요."
“푸른 바탕에 검정색이 있잖아요. 이게 꼭 먹물 같아요. 그래서 선비콩이 아닌가 싶은데요? ”
 
콩 타작을 하고 있는 이들이 이구동성 “그런 것 같은데” 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먹물처럼 흐드러진 무늬를 보면서 선비콩이라 이름을 지은 것처럼 토종콩에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콩들이 많습니다.
 
마트에서 음식 식재를 사서 먹는 도시 사람들에게 콩 종류를 아는 대로 말해보라면 흰콩, 검정콩을 기본으로 두서너 가지만을 기억해냅니다. 완두, 강낭콩, 녹두, 팥 정도까지 생각하면 대단하지요.
 
초등학교 시절에 국어시간에 배웠던 덩쿨 강낭콩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강낭콩이 쉽게 나올 터인데, 요즘 도시 밥상에는 강낭콩을 찾기 어렵습니다. 밥에 넣어 먹는 밥밑콩 종류가 수없이 많지만 지금은 고작해야 흰콩, 서리태라고 부르는 속청, 팥 정도만 볼 수 있으니까요.
 
예부터 우리 밥상에는 콩으로 이루어진 밥상이었지요. 콩밥을 비롯해서 메주콩으로 발효시켜 만든 된장, 메주로 만든 간장, 두부를 만들면 순두부와 찌꺼기 비지가 나와 겨울에 비지찌개를 먹을 수 있고, 밑반찬으로 만들어 놓은 콩자반, 여름에 자주 먹는 콩국수, 간식으로 먹는 콩 볶음 등 콩의 원산지답게 음식재료로서 콩을 다양하게 사용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릴 적에 제일 싫어하는 것이 콩밥이었습니다. 콩을 골라내고 밥을 먹곤 했습니다. 오죽하면 감옥에서 먹는 밥을 ‘콩밥’이라고 했으니까요.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는 것이 콩이었는데 작금의 밥상에는 육류로 대신해버렸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 미국식 밥상이 들어오는 대신 미국은 우리나라에서 5천여 토종 콩 품종을 가지고 가서 GMO(유전자변형생명체) 콩을 만들어 다시 한국에 수출하고 있지요.
 
육류와 기름, 밀가루로 채워진 미국식 밥상, 수천여종의 콩이 아닌 몇 가지로 획일화, 변형시켜 다시 한국인 밥상에 올려 졌지요. 즉 다양한 생물종을 멸살시켜 질병의 밥상을 만든 셈이지요. 겨우 500여 품종 정도가 시골 칠순 할머니들에 의하여 근근이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렇게 미미하나마 시골밥상에서는 다양한 콩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요.
 
그럼 얼마나 다양한 콩이 있는지 토종 콩 이름 대기 할까요? 콩 이름은 색깔이나 모양 무늬를 딴 것이 많고 열리는 형태별로도 많습니다. 색깔로 구별하는 누런콩, 흰콩, 파랑콩, 검정콩, 밤콩, 비둘기콩, 속청(서리태), 푸르데콩 등이 있고, 제비와 까치처럼 생겼다고 해서 제비콩(까치콩), 쥐눈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쥐눈이콩, 새알 같아서 새알콩.
 
아주까리 씨앗 모양처럼 생겨서 아주까리콩, 선비콩이라고도 부르는 선비잡이콩, 대추처럼 생겨서 대추콩, 꼬투리가 긴 칼처럼 생겼다고 칼콩 등이 있습니다. 모양별로는 아가리처럼 큰 한아가리콩, 납작하게 생겨 납작콩, 작게 생겼다고 해서 좀콩이 있고, 용도별로는 콩나물로 키워서 먹는 나물콩, 밥에 넣어 먹는 밥밑콩, 메주를 담을 때 쓰는 메주콩, 떡 고물로 이용하는 고물콩 등이 있습니다.

파종기나 재배기간에 따라 40일콩, 올태, 유월두, 서리콩이 있고 50일 재배기간을 가지는 쉰날거리콩이 있습니다. 할머니들에게 물어보면 ‘신날거리’라고 발음하기도 합니다. 청산태, 정선콩처럼 지방 이름을 따는 콩도 있습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종자가 아닌 바에야 기후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요. 
 
어디에 파종하느냐에 따라 논두렁콩, 보리밭콩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빨간팥, 검정팥, 노랑팥, 그루팥, 쉰날거리팥 개골팥(개구리모양), 새대가리팥, 노랑완두, 파랑완두가 있습니다.
 
동부에는 어금니동부, 덤불양대, 흰동부, 개파리동부, 검정동부 ,갓끈처럼 생겼다고 해서 갓끈동부가 있습니다. 수많은 모양의 덩굴 강낭콩과 녹두, 작두콩으로 붉은 것과 흰 것이 있습니다.
 
토종종자를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항상 듣는 말은 “요즘에 누가 토종으로 농사지어요? 수확량 때문에 못해” “토종종자가 가지고 있는 사람 없어” 라고 하지만 할머니들을 만나면 그래도 뒷돈 감추듯 대물림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종자 주머니가 나옵니다.
 
주종은 대체로 콩입니다. 집에서 먹는 콩은 시어머니 때부터 대대로 해온다고 합니다. 장맛이 집안의 풍기를 가름하듯이 장을 담그는 콩만큼은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메주를 만드는 흰콩이 제일 많고, 울타리에 심겨진 강낭콩(울콩), 팥, 녹두, 속청 등을 내어 보여줍니다. 대단위 콩 재배를 하고 있는 농가에서는 수확량 때문에 농업기술센터에서 권장하는 장려품종을 심습니다. 그러고 보니 토종 콩은 집에서 먹고 시장에 내다 파는 콩은 개량종입니다.

“수확량에서 떨어져서 그렇지 콩 맛이 재래콩이 최고지. 맛 때문에 콩을 못 바꿔”

마트에서 사서 먹는 사람들은 토종보다 맛이 떨어진 콩을 먹고 있으며, 수백 가지 콩을 알지도 못하고 고작 몇 가지 콩만을 볼 수 있는 셈입니다. 아~사서 먹는 도시민의 비애여!!!
 
소비자에게 약간씩이라도 공급되는 다양한 토종 콩은 연두농장, 여성농민회, 흙살림, 귀농 본부 회원, 씨드림 회원 농가 등에서 재배하고 있습니다. 괴산에 사시는 이우성님(48세)은 세 가구가 모여 토종콩 농사를 지어 토종콩 꾸러미로 회원들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주로 밥밑콩으로 귀족서리태, 선비콩, 밤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여느 농가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콩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래 콩은 논두렁이나 두둑 가장자리 등 짜투리를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데 판매를 위해 농사를 지으려면 두 가지 어려움에 봉착합니다. 하나는 파종 후 새 피해이고 여름의 콩밭매기입니다.
 
이우성님은 새 피해 때문에 새벽마다 나가 새를 쫒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경운기로 땅을 갈아엎어 풀들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이에 반해 연두농장은 땅을 갈지 않고 잡초를 그대로 두고 심어 새 피해가 없었습니다.
 
새는 잡초가 바람에 흔들거리면 무서워서 접근을 잘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한여름 비닐을 치지 않는 연두농장에는 콩밭 매는 일이 고역이지요. 오죽하면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젖누나’ 라는 노랫말이 나왔을까요.
 
최초의 식물이 무엇일까? 제 상상력으로는 콩이 아닌가 싶어요. 땅이 비옥해야 초본에서 목본으로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니까 질소를 고정시키는 식물들이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런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콩들은 여전히 야생에서 잡초로 자라기도 합니다.
 
밭에서 흔히 보든 돌콩, 돌동부, 돌팥 그것이지요. 너무나 작아서 작물로 선택되지는 않았지만 콩은 야생으로 땅을 비옥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 많은 다양한 콩, 인간에게는 단백질의 근원으로 땅에는 질소원으로 이로움을 주고 있습니다. 내가 이래도 콩알만 해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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