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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이 살고 있어요"

안승용 시흥하중공공주택지구 주민대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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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용
기사입력 2019-03-12

'강․제․ 수․ 용․ 결․ 사․ 반․ 대'

 

 

이제 막 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들녀석이 묻습니다.
강제수용 결사반대가 무슨말이냐고.
나쁜 사람들이 우리집에 쳐들어오는거라 말했더니 자기가 혼내주겠다며 장난감 방망이를 들고 서성입니다.

 


혼란스럽던 그해 가을이 지나고 겨울의 마지막 자락에 내린 눈을 보며 아들이 또 묻습니다.
도대체 나쁜 사람들은 언제 쳐들어오냐고.

애비는 못쳐들어오게 막고 있는데.

 


사람사는 곳입니다.
각각의 터전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며, 오래전부터 써내려온 공동체를 간직하며 다가올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온 평범한 마을입니다.


그곳을 내어놓으라 합니다.
미래를 포기하라 합니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지역자산과 함께.

 

 


누군가 미리 알려주었더라면 거금을 들여 집수리를 한 사람도, 시설재배로 내년 농가소득을 올려 보려는 농민도, 이곳에서 새로이 시작하려 가게를 꾸민 세입자도, 평생에 한번 내땅을 가져보려는 작은 소망도, 이리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들에 있는 개구리 두더지에게는 알려주었답니다.
일년전에.


개구리야! 두더지야! 너희들이 사는곳에 아파트를 지을건데 너희들이 어떤지 보러왔단다 하면서요.
그리고  공부꽤나 하신분들이 두꺼운 보고서를 만들어 설명한답시고 우리더러 들으러오라 합니다.

 

▲ 주민대책위는 주민의 재산을 어떠한 협상이나 대안도 없이 강제수용하는 LH와 국토교통부를 규탄하며, 주민에 대한 대안을 제안한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컬쳐인


세상이 너무 좋아져서 하찮은 미물도 환경이라는 껍데기에 포장돼 관심받는데, 사람이 먼저다 라고 노래부르며 탄생한 이젠 달라질것만 같았던 촛불의 세상에서도 사람은 안보이나 봅니다.


법을 가장한 토지보상법은 한줌의 땅을 가져보려는 자의 소망을 투기꾼으로 매도하고 몇푼 안되는 보상비를 쥐고 나오는 허탈한 손에서 양도세를 털어갑니다. 국가정책에 개인의 재산을 양보한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지는 못할망정 평생 일군 땅을 불로소득쯤으로 여기나봅니다.

 

위정자들에게 읍소해보았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고 돈 몇푼 더받으려는 이기적인 세력쯤으로 보는 듯 합니다.

 



삼일절입니다.
한 줌의 내 땅을 뺏기는 억울함이 어디 100년전 나라를 빼앗긴 선열들의 비통함에 비하겠습니까마는 목숨바쳐 지키고자했던 나라가 어린 아들이 무찔러주겠다는 그것과 다르지 않음이 지금의 슬픈 현실입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펄럭이는것이 비단 태극기만은 아닐진 데 두 펄럭임 사이에 골은 너무깊어만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깊은 간극에도 반드시 길은 있을것이기에 다시 한 번 외쳐봅니다.

 

대한독립만세!

강제수용 결사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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