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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는 300만원,손자는 500만원 축하금?

출산축하금, 마음에 담긴 정성과 사랑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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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기자
기사입력 2009-10-12

누구는 손녀 낳았다고 300만원 축하금 주었다는데, 자기는 손자 낳으면 500만원은 줘야 하지 않아?""500만원? 손녀 낳았다고 누가 300만원을 줬대?"
 
그곳에 있던 친구들의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어, 자기 며느리 언제 둘째 가졌어?"
 
내가 한 친구에게 물었다. 그는 며느리가 4월에 출산예정이라고 했다. 지난해에 분가시키자마자 그달에 둘째를 임신했다고 한다. 아마 시댁식구와 함께 살다가 두 부부와 딸아이 셋이 오붓한 하게 살게 되니 마음이 편안해서라고 짐작한다고 한다.
 
하여 그 친구는 다른 친구의 며느리가 3년이 되도록 아이가 안 생기자 분가를 시켜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아기가 안 생기는 친구의 며느리는 임신하려고 병원으로 한약방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쓰고 있지만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라 했다. 어쨌든 손자를 낳으면 500만원의 축하금을 준다는 소리에 나도 적잖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아니, 돈 없는 사람은 부모 노릇도 못하겠다"
 
지난 21일 두 달 만에 친구모임에 나가게 되었다. 우수가 지나서일까. 전형적인 화창한 봄 날씨였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한결 마음이 들떠 있었다. 화장도 오랜만에 해서인가 기분이 더욱 화사했다. 발걸음도 가볍게 친구들과의 약속장소로 갔다. 친구들은 이젠 운전할 수 있냐면서 다친 팔목에 대해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여전히 변함이 없이 좋아 보였다.
 
그러다가 며느리가 4월에 출산예정이란 친구에게 한 친구가 묻는다. “자기 둘째 손주는 딸 이래 아들이래?” 하니, 또 다른 친구가 말을 잇는다.
 
“요즘 그거 안 가르쳐 주잖아?”
“8개월쯤 되면 가르쳐주는데 아들이래.”
 
친구들의 물음에 대답하는 친구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야, 딸 낳고 아들 낳으니깐 200점짜리이다, 200점. 어쩜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니, 좋겠다”하며 서로 자기 일들처럼 좋아했다.
 
그런데 아들이란 소리에 한 친구가 손자 낳으면 축하금으로 500만원을 줘야 한다는 소리를 한 것이다. 난 어처구니없는 그 소리에 한 마디했다.
 
“아니, 돈 없는 사람은 부모 노릇도 못하겠다. 무슨 축하금으로 500만원을 줘. 50만원도 아니고.”
 
다른 친구들도 한 마디씩 거든다.
 
“애를 낳으면 자기네들 위해서 낳지. 부모 위해서 애를 낳나?”
“참 어떻게 되려고 분위기가 그렇게 되니?”
“부모가 무슨 봉이니. 힘들게 공부시켜 결혼까지 시켰는데 이젠 손주들 낳았다고 거금의 축하금까지? 자식이 둘 셋 있는 집은 어떻게 하냐. 돈 천만원이 우습게 나가겠다.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줄 수 없잖아!”
 
그중에 작년에 손자를 본 친구가 한 명이 있다. 그에게 얼마를 줬느냐고 물었다.
 
“축하금은 무슨 축하금이야. 산후조리비용 120만원 내 준 것이 전부다. 무슨 축하금을 그렇게 많이 줘.”
 
그런 말을 들으면서 생각해봤다. 우리 딸아이는 아들 둘을 낳았는데 그런 거금을 받았다는 소리를 못 들은 것이다.
 
딸, 아들 손주 낳았다고 300만원, 500만원 축하금 줄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나도 앞으로 결혼할 아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거금의 축하금을 줄 수도 없고,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요즘처럼 이혼율이 높다는 사회분위기에서, 자식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잘 살아주는 것은 분명히 고마운 일이다. 그런 고마운 마음에 부모는 또 무엇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잘 알고 있다. 나 역시 자식들에게 없어서 못해주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딸, 아들 손주를 낳았다고 300만원, 500만원의 축하금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그리고 그런 거금을 축하금을 받는 자식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 앞으로 더 큰 액수의 축하금을 주어도 고맙거나 감사한 마음이 생길까? 그리고 고생하지 않고 생긴 돈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기나 할까?
 
길을 걷다가 한 친구(그는 아들만 세 명 있다)가 약간은 심각한 표정으로 "그 또래의 며느리들이 모이면 그런 이야기들을 할 거 아니야"면서 "그럼 축하금을 못 받은 며느리들은 무슨 생각이 들까?” 한다. 그러자, 한 친구가 응답을 한다.
 
“그러니깐 어떤 부모들이든 그런 쓸데없는 짓들은 하지 말아야 해. 고생했다고 성의껏 선물을 사주던지, 얼마간의 축하금은 줘도 되지.”
"그렇게, 축하금을 주는 것은 미리 약 치는 거야. 이다음에 자기네들 늙으면 그만큼 자식들에게 바라는 마음도 분명 있을 걸."
 
그러게 그 말을 듣고 보니 그 말이 맞는 것도 같았다.
 
우리는 돈보다 더 소중한 끈끈한 정이 있지 않은가
 
축하금을 그렇게 많이 주었다고 이야기하는 친구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그에게 “자기네 아들들 결혼해서 손주들을 낳으면 그런 거금의 축하금을 줄 수 있어?” 하고 내가 물었다. 그는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아니 못 주지” 한다. 자신도 그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 역시도 그런 거금의 축하금은 주지 못한다. 다만 내 마음의 정성이 담긴 선물이나 소정의 축하금은 고려해 볼 수 있다. 
 
거금의 축하금을 준 부모나, 작은 성의를 표하는 부모나, 경우에 따라 마음만 주는 부모 모두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한치의 기울임도 없이 똑같으리라 생각한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돈이면 다 해결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돈보다 더 소중한 끈끈한 정이 있지 않은가. 그런 끈끈한 정과 진정한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았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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