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이 길에선 새 부리를 보고 걸으라

[유혜준의 도보여행] 시흥 늠내길 2코스 갯골길

가 -가 +

유혜준 오마이뉴스 기자
기사입력 2013-04-04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길 안내는 솟대가 한다.     © 유혜준
 
계절은 늘 앞으로만 가는 게 아니었다. 가끔을 뒷걸음질 치면서 계절이 돌아갈 때가 있다. 지난 24일이 그랬다. 기온이 슬그머니 떨어졌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이런 날 길 위에 서면 자꾸 옷깃을 여미게 된다. 봄볕인데도 손끝이 시려, 걷다가 자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야했다.

24일, <시흥늠내길> 두 번째 구간인 '갯골길'을 걸었다. 시흥시는 바다를 끼고 있는 수도권 위성도시로 갯벌이 살아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내만 갯골을 끼고 길이 이어지는 갯골길은 걸으면서 시흥시에 깃든 천혜의 자연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다니, 하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 갯골길은 전체 길이가 16km이며, 시흥시청에서 시작해 시흥시청에서 끝나는 원점 회기 구간이다. 이 길은 전체 구간이 평지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걷기에 처음 도전하는 사람도 무리없이 걸을 수 있다.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자전거 마니아도 좋아하는 길이다.     © 유혜준
 
이번 도보여행에는 <시흥늠내길>을 만들 때 참여했던 박종남 문화해설사가 동행, 갯골길에 숨어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걸으면서 들을 수 있었다. 박 문화해설사는 "시흥시가 대중교통이 불편해 대중교통 이용이 용이하게 <시흥늠내길> 4개 코스를 전부 원점 회기하는 길로 만들었다"며 "시흥시가 간직하고 있는 자연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갯골길은 시흥시청 정문에서 시작되지만, 현재 그 길은 택지개발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길 표지판을 보고 찾아가도 되지만, 공사 때문에 길이 끊길 수도 있으니 그 점을 감안해야 한다. 길 위로 나서면 대한민국은 전국이 '공사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어딜 가나 공사가 한창이다. 그건 시흥시도 마찬가지였다. 시흥시는 성장하는 도시로 개발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갈대밭이 펼쳐져 있다.     © 유혜준
 
오후 1시, 느지막이 시흥시청에서 출발했다. 하늘은 옅은 잿빛이었고, 바람이 조금 불었다. 바람은 오후부터 더 세질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요즘 일기예보는 틀리는 날이 드물다. 이날, 오후 3시를 넘기면서 바람이 더 거세졌다.

"시흥의 간척지는 역사가 아주 오래됐어요. 조선시대에 간척을 했으니까요. 이 간척지에서 쌀이 생산되기는 하지만, 간척지 쌀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지요. 너무 오래돼 간척지라는 느낌이 별로 없거든요."

시흥에서도 논농사를 짓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은 '햇토미'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 '햇토미'를 도정하고 모아두는 곳이 '쌀 연구회'다. 그 앞을 지날 때 박 해설사가 설명했다.

쌀연구회 앞을 지나 걷다보니 물기를 머금은 땅에 새파란 기운이 감도는 것이 보인다. 미나리꽝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시흥시에서 생산되는 미나리는 아주 유명하단다. 논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특수작물을 재배하는 소득이 몇 배나 높은 시대. 미나리도 그것에 한몫을 단단히 한다는 것이다.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하늘을 찌를듯이 서 있는 솟대들.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다.     © 유혜준

 
갯골길을 걷다보면 솟대를 많이 그리고 자주 볼 수 있다. 갯골길 표지판이 바로 솟대이기 때문이다. 솟대에는 시흥늠내길 리본이 매달려 바람에 작은 깃발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박 해설사는 새 부리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서 걸어야한다고 귀띔해준다.

지난해의 가을걷이 흔적이 남아 있는 논들이 펼쳐지는 풍경은 자꾸만 걸음을 더디게 한다. 시흥에서 만나는 농촌의 풍경이 정겹기 때문이다. 마르고 빛바랜 짚단들을 논에서 걷어내는 작업을 하는 이들이 종종 눈에 띈다. 봄을 맞이해 농사를 지을 채비를 하는 것이리라.

갯골길의 백미는 아마도 '갯골생태공원'이 아닐까 싶다. 전체 구간의 절반 이상이 이 공원을 따라 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갯골생태공원'의 백미는 갈대지만, 소금이 생산되는 염전이 있어 과거의 시흥을 엿볼 수 있다. 시흥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염전'을 만날 수 있다. 한때 시흥시 일대는 염전이었다. 우리나라 전체 소금 생산량의 30%가 이곳 시흥 일대의 염전에서 생산되었다고 한다. 소금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은 상당히 윤택한 편이었다는 것이 박 해설사의 이야기.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갯골생태공원 안에는 염전이 있다. 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방문자들에게 기념품으로 제공된다.     © 유혜준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갯골생태공원 안에 남아 있는 소금창고.     © 유혜준

  
 
늘 그렇듯이 시대의 흐름에 염전은 경제성을 상실하면서 하나씩 사라졌고, 이제는 시흥 역사의 일부분으로 박제되었다. 그 흔적이 갯골생태공원 안에 남아 있는 것이다. 현장학습용으로 만든 염전 한쪽에 2개의 소금창고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쓸쓸하게 서 있다.

한 때는 40여 개의 소금창고가 이 일대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직전 철거되었다는 게 박 해설사의 설명이다. 사유지이기 때문에 문화재로 지정되면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유자가 기습적으로 철거했다는 것이다. 아쉬워라.

갯골생태공원 안에 있는 염전은 현장학습용으로 이용되며, 여기서 생산되는 소금은 방문자에게 기념품으로 제공하고 있단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소금은 아주 질이 좋은 소금이라맛이 아주 좋다고 박 해설사는 덧붙였다. 시중에서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소금이란다.

갯골생태공원 전망대에 잠시 올라 끝없이 펼쳐지는 갈대밭을 내려다본다. 순천만 갈대밭 못지않은 풍광을 지닌 곳이지만 지금은 갈대를 많이 베어냈고, 일부는 불 태워졌다. 생태계는 돌고 도는 법. 새 생명이 꿈틀거리는 계절에 갈대는 새롭게 자라나 이 들판을 가득 채울 것이다.

"이 일대에는 갈대 뿐만 아니라 모새울도 많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모새울은 가을에 단풍이 들듯이 색이 변하는데 장관을 이루지요. 또 일곱 번 색깔이 변한다는 칠면초 서식지도 있어요. 칠면초가 가을에 붉은 빛으로 물들면 아주 역시 장관을 이루지요. 갯골생태공원은 가을이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갯골생태공원 안으로 길이 이어진다.     © 유혜준
 
길은 갈대 사이로 이어진다. 나무데크가 이어진 길옆으로는 갯골이 드러났다. 구멍이 숭숭 뚫린 갯골에는 붉은 발 농게를 포함해서 참게 등이 서식하고 있어 자연현장학습을 하기 아주 좋은 장소라는 것이 박 해설사의 설명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일대에서는 철새도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자연의 보물창고인 것이다.

저 멀리 솟대들이 잔뜩 박혀 있는 것이 보인다. 한 무리의 세 때가 일시에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 바람이 점점 심해진다. 그 바람에 빛바랜 채 말라 서걱거리는 갈대들이 울음소리를 길게 토해낸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갯골길은 걷는 이들만이 찾는 길이 아니었다.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이따금 떼를 지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말을 타는 이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과 가볍게 산책을 나온 이들도 많았다. 걷는 이들은 갈대 사이로 숨었다가 나타나기를 되풀이한다. 공원 한쪽 너른 공간에서는 모형 비행기를 날리는 이들이 보였다. 한가로운 일요일 오후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와 닿는다.

길은 솟대의 안내를 받으며 이어진다. 한 쌍의 솟대가 금방이라도 하늘을 향해 날아오를 것 같은 자세로 세워져 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질 뿐만 아니라 한기를 잔뜩 품었다. 손끝이 시리다. 걸음을 조금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 해설사는 "갯골길은 겨울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흰 눈이 덮인 갯골은 새로운 풍광을 보여주고, 너른 들판을 가득 채운 갈대밭은 그 사이로 숨어들면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어 추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단다.

방산대교를 건너 다시 들어선 갈대밭길. 우리는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드넓게 펼쳐지는 자연은 가끔씩 말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 유혜준


바다에서 육지로 이어지는 물길은 배수갑문으로 막혀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바다의 물길이 머무는 곳에 배 한 척이 떠 있다. 갑문이 있는 곳을 지나 다시 시흥시청으로 돌아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택지개발공사로 파헤쳐진 길은 울퉁불퉁 하거나 움푹 팬 곳도 많았다. 조만간 이 공사 때문에 갯골길은 코스를 변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긴 길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살아 숨쉬는 생물처럼 변하기 마련 아닌가. 사람의 필요에 따라서.

오후 1시에 시흥시청을 출발, 오후 4시 40분에 출발지인 시흥시청으로 돌아왔다. 3시간 40분 정도 걸렸다. 천천히 걷는다고 했는데도 예정보다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 것은 아마도 바람이 걸음을 재촉한 탓이었으리라.

갯골길 도보 난이도는 하(下). 전체 거리는 16km.  거리가 너무 길어 버거울 것 같으면 갯골생태공원 일대만 돌아보는 것도 좋다는 게 박 해설사의 귀띔이다. 화장실 시설은 곳곳에 준비되어 있으나, 간식거리를 살 만한 곳이 없으므로 물이나 간식거리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시흥늠내길> 2코스 갯골길.     © 유혜준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린 글입니다. 유혜준 기자는 오마이뉴스 경기팀장 입니다.


 

관련기사


    Warning: Invalid argument supplied for foreach() in /home/ins_news3/ins_mobile/data/ins_skin/l/news_view.php on line 79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컬쳐인 시흥.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