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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안에서 신석기 시대를 엿보다

[가볼만한 곳]능곡동 선사유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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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현주 기자
기사입력 2012-08-28

“아파트를 지으려고만 하면 유물이 나온대”

“유물이 나오면 좋은 거 아냐?”

“그건 우리 생각이고! 유물 나오면 다들 관리 때문에 덮으려고 쉬쉬 한 대잖아”

능곡동 아파트 단지에 입주할 무렵 심심찮게 들어왔던 이야기다. 동네에서 그것도 시골이 아닌 도시의 작은 동네에서 선사시대 유물이라니, 주변에서 들으면 혹시 옛날이야기 하는 거 아니냐고 피식 웃고 넘겨버릴 법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문이 소문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유물이 보존되어 있는 동네로 조선시대 류자신 생가를 비롯해 신석기 시대 유적지까지 이 작은 동네에서 볼 수 있으니 능곡동에 살고 있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겨야 할 듯싶다. 


시흥시에 10년 남짓 살아왔음에도 능곡동이란 이름이 낯설었다. 그만큼 오랫동안 묵묵히 숨을 내쉰 능곡동. 조선시대 안산군 잉화면 능곡리`북곡리 지역으로 1914년 시흥군 수암면 능곡리가 되었으나 작고 아담한 탓인지 이곳저곳으로 편입되어 오랫동안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었다. 2003년 11월 능곡지구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면서부터 이름을 내기 시작해서인지 유난히 유물이 많다고 소문 난 이 곳! 이젠 전국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도심 속 역사탐방코스가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개발이 늦게 된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는 마음이다.


시흥시뿐 아니라 이젠 다른 지역에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물왕저수지에서 자동차를 타고 불과 3분 남짓 능곡동 입구에 들어서면 지하가 아닌데도 ‘지하차도’라 쓰여진 아담한 굴다리를 볼 수 있다. 바로 이 굴다리 위에 도심 속 역사박물관 선사유적지가 있다.

 

선사유적지는 선사시대 집자리 24기가 발굴되어 선사시대 집단 취락지를 학술을 바탕으로 복원하여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대학시절, 역사를 전공한 탓에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우리나라의 형편없는 유물 관리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는 역사를 천대하는 참으로 이상한 나라, 보기 드문 나라’라고 생각했는데 선사유적지를 볼 땐 그 전에 가졌던 생각들이 모조리 사라진다.

그냥 유적지만 감상하면 아쉬울까봐 시흥시의 자랑 늠내길의 코스로까지 이어진다. 작은 굴다리 계단을 올라 예쁜 숲길 따라 펼쳐지는 신석기 시대의 모습,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본 뒤 다시금 이어지는 늠내길의 또다른 코스. 이 모든 것이 동네 안에서 이어지는 풍경이라면 이 동네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행운아가 아닐까.

 

이른 아침 아이 손을 잡고 동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잠시 들르는 곳, 우리 아이에게 굳이 먼 곳에 애써 찾아가지 않더라도 옛 발자취를 보여줄 수 있는 곳, 학업에 지친 학생들이 맑은 공기 들이마시며 사색과 함께 산책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연인 또는 가족끼리 오붓하게 도시락 먹으며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곳 능곡동 선사유적지.

소중한 우리의 옛 자취를 묻어버리거나 방치하지 않고 곱고 아름답게 지켜준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옛 자취들을 모으는 노력을 좀 더 기울여 능곡동만의 시흥시 전체만의 역사탐방코스를 만들었으면, 그래서 전국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도심 속 역사탐방코스로 이어갔으면 하는 것. 조심스레 욕심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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