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빗속의 연풍연가(蓮風戀歌)'

가 -가 +

양주승 기자
기사입력 2011-08-15

 
말복이 지났지만 여전히 장맛비는 계속되고 불볕더위는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올 여름은 장마로 시작해서 장마로 끝날 모양입니다. 작년에는 울릉도와 독도 그리고 강원도 함백산까지 여름휴가를 두 번이나 다녀오는 호사를 누렸지만 올해는 장마 그치면 가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17일 개막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가 끝나면 28일 대구 세계바디페인팅페스티벌 관람을 휴가삼아 다녀올 예정입니다. 휴가란 별것이 아닙니다. 그냥 카메라 가방 달랑 어깨에 걸쳐 메고  나서면 그것이 휴가가 됩니다.

멀리 떠나야 휴가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오늘(14일)은 일요일입니다. 어디론가 꼭 가보고는 싶은데 또 비가 내립니다. 그래서 가까운 시흥시 하중동 일원 관곡지(시흥연꽃테마파크)를 다녀왔습니다.

비가 오는데 왜 관곡지를 가느냐구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즐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여름 뜨거운  태양아래 피어나는 연꽃을 찾아 저 남쪽 전남 무안군 일로면까지 찾아간 적은 있었지만 폭우와 함께 꽃 찾아 나선 길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빗속의 연풍연가 (蓮風戀歌)···"
어둠이 물러가는 이른 아침, 백색, 홍색, 보라색 등 다양한  꽃봉오리가 앞 다퉈 꽃잎을 열기 시작하면 저수지 수면은 은은한 연의 향기로 가득 채워져  환상의 연꽃나라를 연출합니다. 연꽃은 더러운 물속에서 자라나 깨끗한 꽃을 피운다고 하여 불교에서는 극락세계를 연꽃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관곡지에는 국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아프리카, 남미, 호주, 북미,  열대수련을 식재하여 전 세계의 수련 품종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백련은 신기하게도 꽃봉오리 땐 연분홍색을 띠지만 꽃잎이 벌어지면서 흰색으로 변합니다, 하얀 꽃잎 속에 노란 꽃술과 연두색 연밥을 소중하게 간직한 백련은 첫아이를 가진 새댁의 모습처럼 단아합니다,

아름다운 자태로 피어난 연꽃은 3일 만에 서러운 듯 꽃잎을 뚝뚝 떨어뜨리며 꽃잎이 떨어진 자리엔 까맣게 영근 연밥을 상처의 아문 흔적으로 남깁니다.

홍련과 백련의 아름다움은 색(color)의 그라데이션(gradation)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연한 파스텔톤에서 짙게 물들어 가는 그라데이션이 매력이죠. 당신의 그라데이션은? 우리 인생의 그라데이션은 무슨 색일까요?

굵은 빗방울이 초록 연잎에 떨어지는 소리는 보석이 쟁반을 구르는 것처럼 청아합니다. 제 세상을 만난 듯 울어대는 개구리의 합창도 잠깐. 소나기가 지나간 후 연잎에 맺힌 물방울은 뭉게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푸른 하늘을 품고 있습니다.

연은,  연(蓮·Loutus)과 수련(睡蓮·Lily) 두 종류가 있습니다. 연은 잎의 지름이 40cm, 잎자루 높이는 1~2m 정도 인데 반하여 수련은 잎의 지름이 5~12cm에 잎자루 높이가 약 1m정도입니다,

수련(睡蓮)은 아침에 피고 저녁이면 잎을 오므려서 잠을 자는 연꽃입니다. 그래서 수련의 '수'자는 물(水)나 빼어날 수(秀)가 아닌 잠잘 수(睡)입니다. 우리말로 풀어쓰면 '잠자는 연꽃'이지요.

깊은 잠에서 깨어난 여인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연꽃이 가장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주는 시간은 동이 트는 새벽입니다. 그래서 연꽃의 아름다움을 영상에 담으려는 마니아들은 새벽 시간을 택합니다. 게다가 비가 내린다면 더없이 연(蓮)의 자태를 담기엔 최적입니다.


   

"오늘 시리도록 서러움을 읊더니만 그는 그의 백발보다 하얀 백골이 되어 세상을 시리게 하더니만 이번에 땀마저 그의 서러움을 비가 되어 님을 두드린다. 길을 찾지 못하고 번뇌를 떨치지 못한 승의 시린 서러움을 서서 열두 번을 죽더니만 그들에서 핀 미륵의 열두 미소를 보고서야 그제야 그들의 서러움을 그치나 보다. 이제 그들의 비는 기쁨으로 님의 향기를 가려 내린다." <연꽃 위에 내리는 비>


   

연잎은 빗방울이 고이면 한동안 물방울의 유동으로 함께 일렁이다가 얼마만큼 고이면 자신이 감당할만한 무게만을 싣고 있다가 그 이상이 되면 비워 버립니다.

적게 가질수록 더욱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짐이 가벼우면 가벼울수록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기 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지금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있으며, 또 애써 붙잡고 가지려고 바둥거리고 있습니까?  어느 날, 우리는 적게 가진 그것마저도 다 버리고 갈  인생이 아닌가요?

연꽃이 지고 나면 가을이 옵니다. 혼자 떠나면 빨리 갈수는 있지만 둘이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가다 지치면 함께 쉬었다 가는 그런 사이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부천타임즈와 컬쳐인시흥은 기사공동 제휴회원사입니다. 기사제휴 원칙에 의거 게재합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band naver URL복사
URL 복사
x

PC버전 맨위로

Copyright ⓒ 컬쳐인 시흥.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