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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전하는 '연두농장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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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단 연두농장 대표
기사입력 2010-07-09

[녹색평론 2010년 7-8월호]
 
변현단연두농장 대표. 저서로 ≪연두≫,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가 있다.
연두농장은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생산 공동체이자 지역주민들에게 다양한 생태적 철학과 생활문화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면서 농(農) 운동을 벌이는 곳이다. 2005n 년 국민기초생활수보장법에 의해 조건부생활수급자 및 차상위자를 대상으로 보건복지부 자활근로 사업으로서 시작했으며 2009년 1월 자활공동체로 독립하였다. 지금은 도시 농(農) 운동에 뜻을 두거나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하려는 사람들이 모여서‘최소한의 화폐로 행복하게 살기’연습을 통해 진정한 자활공동체를 지향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내일 분식집을 계약해요. 농장 일을 그만두려고요.”
그녀는 애초부터 농사는 하기 싫다고 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한다고 했다. 시골에 내려가는 것도 싫다고 했다. 그녀는 도시가 좋다고 했었다. 그러던 그녀가 식당을 한다고 한다.

“응, 그래? 자네는 식당을 하고 싶어 했으니까 자네에게는 잘된 일이네. 이번 금요일까지만 하게. 식당에 취직하는 것도 아니고,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일인데,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지.”
주간회의 시간, 뜬금없는 얘기가 나왔다. 갑작스럽게 그만둔다는 말에 ‘왜 그만두느냐’, ‘아쉽다’ 이런 말을 하지 않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단박에 ‘그렇게 하게’라고 한 나의 태도에 다른 친구들은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인수인계를 해야 하잖아요.”
일반적으로 회사를 그만둘 때, 인수인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무, 행정 등 분업화되고 전문화된 일을 하는 경우에는 인수인계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함께 농사를 해온 경우에는 굳이 인수인계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인수인계라는 특별한 절차가 필요 있나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은 다 알고 있잖아요. 공동으로 해왔는데, 특별히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이라면 모를까.”
집단농장의 장점은 다 같이 일을 나누어서 하기 때문에 어떤 특정한 한명에게 일이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집단공동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생각한다. 일이란 익숙해지는 것이며 서로가 익혀가는 것인데, 의식은 여전히 분업화, 전문화, 기계화를 생각하고 있다.
 

떠나는 자, 남는 자
 
오늘도 한사람이 다른 길을 찾아 떠난다고 했다. 아마도 곧 또 한사람이 그럴 것이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 어차피 철학이 다르고 같이 맞추어갈 의사가 없는데 동거를 할 이유가 없다. 별 뾰족한 수가 없어서 그렇다는 것을 안다. 그도 하루빨리 자신의 길을 찾아가길 원한다. 단순히 ‘경제적 자립’에만 목적을 두었다면 그들이 원하는 것으로 재활의 기회를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주었을 것이다. 적어도 예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만 2년 전, 사람들을 모아놓고 결의를 하였다.
“농(農)의 삶을 살고, 최소한의 화폐로 농운동가로 살겠다고 한 사람만 남고 떠나라. 떠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대안을 줄께”라고.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었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 살겠다고 한 사람들에게 지독하게 학습을 시켰다. 이 삶이 왜 대안인가에 대해서 사회, 경제, 역사, 문화 등을 통해 이면을 보게 하고, 신문의 행간을 읽는 방법, 앞으로 우리가 지향하는 농사방법, 수많은 주요 흐름들 등을 익히게 했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삶이 많은 사람들의 삶의 대안이 될 것이며, 여기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것은 현실로 다가왔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귀농공부를 하겠다는 사람들, 전문 직종에 있으면서 행복할 이들이 삼삼오오 연두농장에 몰려들었다. 그들은 연두에 1차 귀농을 하였고, 연두에서 공부하고 시골로 가서 지낼 수 있도록 나와 계획을 세웠다. 정착할 곳만이 아니라 그들이 가서 해야 할 일을 위해 같이 논의하고 돌아다녔다. 시골로 간 그들은 지금 시골생활의 즐거운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 물론 그들은 돈이 항상 부족하지만 지금의 행복과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6년 전에 내가 신념에 차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런 반면 기존의 멤버들은 몇 가족이 시골 갈 준비를 할 때 같이 가자고 했다. 이곳은 여전히 땅이 불안정하고 땅값이 비싸니 시골에 가서 자족하는 농사를 짓는 게 좋겠다고 했다. 나는 그들의 생활, 그들의 의식이 준비가 되어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은 도시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떤 이는 여전히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을 영어수학을 더 잘하도록 학원에 보내야 잘 산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다른 대안이 생길 때까지 연두는 그들의 울타리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것이 예전 자활근로시절의 연두농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들의 ‘무조건적인 경제적 자립’을 위한 그런 울타리가 아니라 농의 가치를 생활에서 익히고 자신의 삶의 철학으로 현실화하겠다는 이들의 학습, 실행하는 곳이다.

 
진정한 자활을 찾아서
 
6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오갔다. 오간 사람들을 세어본 적은 없다. 시장에서 낙오된 사람들이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어봐야 질 수밖에 없는 게임에 놀아나리라는 것, 더구나 농업으로 경제적 자립을 하겠다는 경우조차 환금성이 주가 되는 농사는 역시 자본주의시장에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설혹 성공을 하더라도 그것은 돈이 돈을 먹는 것이며, 산업처럼 더 큰 규모가 작은 규모를 먹어치우게 될 것이라는 것과 돈을 제아무리 많이 벌어도 궁극적으로는 행복하지 않은 돈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것, 그래서 ‘진정한 자활’이란 소비를 지양하고 자기 손으로 직접 식의주를 만드는 데에 있다는 것, 기업으로부터 멀어지는 생활에 있다는 것을 역설하였다. 그 과정에서 실제로 연두 식구보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이 연두의 가치에 매력을 느끼고 생활방식을 바꾸는 일이 더 많아졌다.

그만큼 연두 식구들을 바꾸어나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일반 도시농부처럼 취미의 농사가 아닌 생업으로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연두 식구들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삶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실이 돈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고정된 의식과 생활이 돈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하고, 소비로부터 멀어지는 생활만이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올해 4월 노동부 지원이 마감되면서 ‘자급자족’이라는 기치를 다시금 들었다.
“이제 제대로 시작이에요. 힘겹더라도 다 같이 힘들고 다 같이 행복을 나누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시골이든 이곳이든 돈으로부터 멀어지는 생활방식을 실현하며 살아갈 사람들만 남으세요.”

일자리 구성원을 포함해서 20여명의 사람들 중에서 처음에는 12명이 남겠다고 자원을 했다. 나는 이때 이미 8명 정도가 남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지금은 순차적으로 떠나 10명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9명이 남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농의 가치와 생활을 삶으로 받아들이고 실행해나갈 신념을 가진 이들이 8명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자발적으로 남겠다고 한 사람들 중에는 농사에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대안이 없어서 남아있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다. 그들은 천천히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떠났다. 내부에서는 보다 강한 ‘자족’의 기치를 내걸었다. 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고 있던 기존 멤버들은 여전히 정부로부터 보충급여를 받게 되니 자급자족이라는 것이 실제 현실로 와 닿지 않는다. 공동체에서 60만원을 줘도 보충급여를 받게 된다. 하지만 연두공동체에 있는 다른 이들은 그 화폐만으로 살아간다. 새로운 화두가 생긴 셈이다. 지금까지 용인되어왔던 것까지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궁극적 자활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떠났거나 떠날 것이다. <계속>


이 글은 녹색평론 2010년 7-8월 호에 게재한 내용입니다. 인터뷰와 취재글에서 다 담지 못한 내용을 독자여러분에게 전합니다.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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