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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만에 장 담그기에 도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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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순 기자
기사입력 2010-03-16

▲메주를 넣고 빨간건고추, 대추, 숯을 넣는다.   ©정현순

"메주 왔지? 담갔어?"
"아니 아직 확인도 안해봤는데."
"뭐야, 얼른 담그지."
"복잡하니깐 며칠있다 담그려고."
"뭐가 복잡해. 일단 메주를 씻어서 물기를 빼."
 
친구는 빨리 장을 담그라고 채근을 한다. 며칠 전 농사짓는 친구 언니한테 주문한 잘 뜬 메주가 도착했다. 하지만 난 풀어보지도 않은 채 박스째 그대로 놔뒀었다. 그러나 친구 말에 난 메주를 꺼내어 씻은 후 채반에 건져 놓았다.
 
내가 메주를 씻는 것을 보더니 남편은 질색을 한다.
 
"누가 메주를 물로 씻어. 솔로 먼지를 털어내면 되는데."
"물로 씻어야지. 겨우내 먼지가 묻었을 텐데 솔로 털어 내는 것으로는 안 될걸."
"우리 할머니는 솔로만 털어내는 것 같던데. 그런데 올해는 웬 장을 다 담가?"
"그러게 올해는 집에서 담그고 싶네."
 
솔직히 음식을 만들다 보면 집간장이 꼭  필요할 때가 가끔 있다. 집간장은 언니나 친구한테 얻어 먹는 경우가 많다. 집간장을 얻어 먹다보니, 언제부터인가 장을 집에서 담그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었다. 매번 미루다가 이번에는 큰 마음 먹고 메주를 주문하게 된 것이다.
 
 
▲메주     ©정현순
 
   
상자 안에 있는 메주 위아래로 지푸라기가 있었다. 내가 "지푸라기는 왜 이렇게 많이 보냈지?"하자, 남편이 "그거 태워서 항아리 소독하는 거야"라고 한다. '아, 도시에서는 지푸라기 구하기가 힘드니깐 이렇게 보낸거구나.' 보낸 사람의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한말을 담그기는 너무 많아 다른 친구와 세덩어리씩 나누어서 담그기로 했다. 아주 오래 전인 27여년 전에 장 담그기를 망친 이후로는 괜스레 겁이 나서 장을 담그지 않았었다. 또 아파트살림이다 보니 마음은 있어도 그리 쉽게 담그게 되질 않았다. 남편이 지푸라기를 태워 항아리 소독을 해야한다는 말에 혹시 그때 항아리 소독을 하지 않아 장이 망쳐졌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씻어말린 메주     ©정현순
 
   
잘 뜬 메주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적당히 곰팡이가 자리 잡은 메주를 이리보고 저리보고 냄새도 맡아 보았다. 메주를 씻어 채반에 올려놓았다.
 

▲풀어 놓은 소금물에 달걀이 100원짜리 동전만큼 보이게 동동 ..  ©정현순
  
메주가 3덩어리니, 소금 3되 정도를 물에 풀었다. 음력으로 1월에 장을 담그면 거의 성공한다는 소리를 듣고 안심이 되었다. 잘 녹은 소금물에 달걀을 띄웠다. 100원짜리 동전만큼 보이게 동동 뜨는 것을 보니 간은 된 듯했다. 
 

▲지푸라기에 불지펴 소독하기     ©정현순

▲항아리 소독하기 ..  ©정현순

지푸라기에 불을 붙여 항아리를 소독했다. 장은 그만큼 중요하고 정성이 들어가야 하니 무엇하나 소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집의 음식 맛은 장 맛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음식중에도 미역국, 무국, 고사리, 시레기 등은 집간장이 적당히 들어가야 깊은 맛이 나기도 한다. 특히 미역국은 집간장이 꼭 들어가야 제맛이 나는 것같다(내 경우에는).
 
▲소쿠리 바쳐서 소금물 붓고 ..       ©정현순

잘 녹은 소금물을 고운 채에 바쳐 항아리에 붓는다. 요즘 소금은 깨끗한 편이라 찌꺼기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소금도 오래된 것일 수록 간수가 잘 빠져 좋다.
 
▲ 가스불에 숯 달그기 ..  ©정현순

  
숯도 가스불에 달군다. 달구어진 숯을 그대로  장항아리에 넣는다. 지글지글 소리가 나면서 스며든다. 
 
▲보기만 해도 예쁜 장     ©정현순

30일~40일 후에 발효가 되면  메주는 건져서 된장을 만들고, 장은 잘 다려서 맛있는 집간장으로 만들면 된다. 이번에는 잘 될  것같은 기분좋은 예감이 든다. 남편한테 "내가 담근 장 좀 볼래?"하며 보여주었다. 남편은 피식 웃으면서 "제법이네. 난 장은 못 담그는 줄 알았지"라고 한다. 
 
어쨌든 이번에는 정말 맛있는 된장, 간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햇볕 좋은 날에 장 항아리 뚜껑을 열어 놓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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