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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란 무엇인가?

[특별기고] 이재환 시흥시청 소상공인과 지역화폐팀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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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환
기사입력 2019-11-18

▲ 이재환 지역화폐팀 주무관     ©컬쳐인

지역화폐가 유행이다. 민간 부문에서 공동체 구성원 간 회원제처럼 거래되는 대안화폐로 시작된 국내의 지역화폐가 최근에는 관의 주도로 법정화폐와 교환이 가능한 형태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70여 곳에서 운영했던 지자체 지역화폐는 올해 현재 160여 곳에서 도입하고 있다. 확산의 배경에는 소상공 자영업자 살리기 차원의 적극적인 중앙정부 지원이 있다. 지역 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등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대신 소비자가 지역화폐를 구매하면 지자체별로 3~11%의 선 할인, 캐시백,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데, 이 인센티브의 상당수를 올해부터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지역화폐를 바라보는 시각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국가 차원의 통화 질서를 교란한다는 다소 공상적인 지적부터 기본소득의 지급 매개로 활용한다면 복지와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정책적 선택도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 최근 현실적인 상황에 맞부딪치고 있는 지역화폐 관련 논란거리가 있다. 바로 혈세퍼주기이다. 최근에 터져 나오는 지역화폐 관련 이슈를 보면 일부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더 나아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을 정말 오랜만에, 맞춤형으로 떠올리게 한다.

 

이제 김영민 교수식으로 물어야 한다. 보다 근본적으로. 지역화폐란 무엇인가?

 

지역화폐의 대전제는 이렇다. 

  1. 지역 내 소비의 부가 외부로 유출되는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에 돈이 돌게 하여 순환경제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2. 지역을 생각하는 협력적 소비가 지역공공체성 강화로 이어져 지역의 사회적 자본을 키운다.

 

2번이 전통적인 지역화폐(대안화폐)가 견지하는 공동체 활성화 및 자급자족 지향과 궤를 같이한다면, 1번은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춰 최근 특히 우리나라 지자체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지향점이다.

 

지역화폐는 바야흐로 양적경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지시가 떨어지면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발행규모 000억원’ 부터 걸고 나선다. 그러기위해선 쉽고 빠른 도입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

 

지역화폐라고 하면 명칭 그대로 지역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하고 지역 주민의 이해와 요구가 충분히 모아진 후 도입이 이뤄져도 성공여부를 장담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다이나믹 코리아의 진가는 지역화폐 도입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발행액에 초점이 맞춰진 실적올리기 방법은 이제 표준화모델이 만들어지고 있다. 묘수라고 할 것도 없다. 구매 인센티브의 폭을 늘릴 수 있는 만큼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국적으로 지자체 지역화폐의 구매시 혜택은 3~6% 선할인이 평균적이었다. 혜택을 받는 기준도 1인당 월 30~50만원 수준이었고 법인은 구매는 가능해도 할인은 못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과거 상품권 유통시장에서 벌어졌던 각종 폐해를 극복하고 지자체 예산으로 지급되는 인센티브가 과도한 재정투입으로 이어져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을 저해시키는 것을 경계한 기준이 이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중앙정부의 지원을 지렛대삼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건 지자체의 지역화폐가 나오기 시작했다. (굳이 ‘지자체’ 지역화폐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수 십 년 전부터 공동체형 지역대안화폐 활동을 벌여온 민간영역 분들의 수고가 떠올라서이다. 그 분들이 최근 느끼는 자괴감도 함께 떠올려진다) 이어 발행(판매) 실적이 경쟁적으로 발표된다.

 

그런데 슬슬 이구동성으로 묻기 시작한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지원이 끝난 후에도 소비자 혜택을 유지할 수 있는가?

 

답은 나와 있다. 공짜 점심은 계속 될 수 없다.

 

앞서 1, 2의 대전제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신뢰 획득이 관건이다. 통화의 기본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 도입 이후 재정의 문제로 혜택범위가 급감하자마자 사용자들이 보여준 반응은 대체로 ‘혜택이 좋아 잘 썼는데 이제 빠염~’이 주류다. 일부는 ‘이제 혜택 좀 볼려고 했는데 벌써? 니들이 그렇지~’ 이다.

 

지역화폐는 불편한 돈이다. 온라인쇼핑몰에서도 백화점에서도 대형마트에서도 스타벅스에서도 못 쓰는 돈이다. 동네 골목가게나 전통시장,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에서 쓰는 돈이다. 그래서 인센티브를 준다. 촉진의 역할이다.

 

이 인센티브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중요한 요인이다. 예산을 들여서라도 마중물 효과를 보기 위해 필요하다. 전통시장현대화사업으로 전국의 시장에서 어기영차 지붕을 올렸지만 손님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듣기 힘들다. 하지만 지역화폐는 매우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소프트웨어다. 골목상권 살리기를 위해 그간 무수히 쏟아 부은 예산보다 훨씬 효과적인 재정정책이 지역화폐 인센티브 예산이다.

 

그렇다고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선 안된다. 인센티브가 지역화폐 사용의 주목적이 되어선 안된다. 혜택이 떨어지면 쉽게 떠나고 다시 돌아오는 것도 힘들다. 이것이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지역화폐의 더 큰 위기징후이다.

 

지역화폐의 존재이유는 내가 쓰는 이 돈이 우리 집 가계에도 좋고 동네경제와 지역공동체를 살릴 수 있다는 인식이 함께 공동체에서 쌓여질 때 유효하다. 왜 지역화폐를 쓰냐는 질문에 할인 가장 큰 이유가 된다면 지역화폐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역화폐의 중간 목표이다. 궁극적인 지향은 공동체를 강화하고 사회적자본을 쌓는 수단으로 지역화폐가 활용되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지역화폐의 지속가능성이며 경쟁력이다.

 

한편에서는 인센티브를 강조하다 삐끗했지만 다른 부가서비스를 강화해 다시 소비자와 지역민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겠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건투를 빌면서도 드는 생각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도 안 되겠지만 사실 꼬리로 몸통을 흔들 수도 없다. 부가서비스가 아무리 좋더라도 본 상품이 좋아야 손님이 온다.

 

어쨌건 다시 김영민 교수식 표현을 빌자면, 테이블을 당수로 쪼개고 목젖을 끄집어내 줄넘기를 하면서… 까지는 아니더라도 지역화폐에 대한 진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자칫하다간 댕댕이에게 죽을 먹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다. 먼저 논의할 지점은 ‘왜 지역화폐를 해야 하나?’ 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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