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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시흥시 노동자지원센터 개소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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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정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기사입력 2019-10-14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도 멈추지 못하는 택배트럭과 택배기사의 뜀박질 소리,
  매일 대형 가마솥과 싸우며 수백명 아이들의 점심을 책임지는 조리종사원의 뜨거운 숨소리,
  매일 새벽을 깨우며 수천 톤의 생활 쓰레기를 들어 올리는 청소차의 기계음 소리,
  매일 수백명을 실어나르는 버스와 지하철의 엔진소리,
  매일 사회의 모든 재화를 생산하는 제조업의 쉴틈 없는 기계소리....
  매일 방범, 분리수거, 택배, 청소, 주차관리로 아파트를 책임지는 늙은 경비노동자의 발걸음과 숨소리...

 

▲ 박희정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센터장    
©컬쳐인

공공기관, 학교, 병원, 마트 등 우리의 모든 일상과 함께하는 그 소리에는 노동자의 손길이 함께한다.

 

시흥시민의 43%인 19만명이 임금노동자로 살아간다. 직업의 종류가 무엇이든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노동자다.


일하는 인구의 45%가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고 1988년부터 조성된 지금의 시흥스마트허브를 끼고 있는 시흥시는 이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노동으로 산업과 경제의 근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사회와 노동시장의 다변화로 제조업 외 다양한 노동계층 형성이 증가하고 있다. 시흥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시민이 노동자인 시흥시에 지난 9월 문을 연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개소가 더욱 뜻깊다.

 

시흥시에서 노동계에서 지자체에 노동자지원센터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은 2012년도다. 당시 노동계가 ‘시흥시 비정규직 영세사업장 노동자 문제 해법을 묻다’ 등의 토론회와 공청회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노동문제를 공론화하고 결과물로 그해 12월 ‘시흥시 비정규직 및 영세사업장 근로자 권리보장과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었는데 그로부터 무려 7년만이다. 

 

조례 제정 후 7년만이기도 하지만, 시흥 스마트허브가 조성된 부터 무려 30여년만이다.


1960년대부터 서해안과 남해안 일대의 갯벌을 매립하여 국토를 확장하는 사업을 벌여왔는데 그중 하나로 개발된 곳이 시화지역!

 

1970년대 후반부터 정부는 그동안의 공업 입지정책의 방향을 전환하여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및 과밀화에 따른 부작용 해소와 지역 불균형발전을 완화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수도권 공해성 공장의 분산수용을 위해서 중소기업 전문단지로서 반월공단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반월공단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자 정부는 농경지로 조성하려던 원래의 계획을 변경하여 시화지역을 공업단지로 용도 변경하여 반월과 마찬가지의 중소기업 전문단지로 조성, 결과적으로 시흥 스마트허브는 중소기업 전문단지로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1)


시흥시에서 시흥 스마트허브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매우 크다. 지역 생산에 미치는 영향, 취업자 비중, 산업 구조상의 영향 등 경제면에서의 비중이 높고 또한 공단시설의 관리나 환경문제와 같이 비용을 발생시키는 측면에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의 시흥 스마트허브는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지역적 과제에 대한 화두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시화공단을 경제성장의 단순한 수단으로 간주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시화공단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질에 주목하려면, 산업단지로서 시화공단의 경제적 역할뿐만이 아니라 시화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생활세계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다. 2)

 

시흥시사 편찬위원회 시화공단과 노동자들(시흥시사. 7. 제5부 시화공단 노동시장과 노동자들의 삶.박경태)에 따르면, ‘2003년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시화공단 비정규 조사 결과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장생활에 ’매우만족‘한다는 응답은 8.6%였고 ’불만‘이라는 응답은 37.9%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52.9%는 고용불안을 심하게 느낀다고 했고 55.3%는 노동강도가 세서 일이 힘들다고 응답했다. 2016년 같은 조사에서도 결과치는 대동소이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가는 노동자와의 협상에서 원천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놓여있다. 그래서 자본가가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는 법률을 통해서 제어하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 노동조합의 결성을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2003년 시화공단 한 사업장. 프레스에 손가락 4개가 잘린 노동자를 산재처리는 커녕 돈 몇푼 주며 해고했고, 디스크가 파열된 병역특례에게 조차도 산재처리는 언감생신이었다. 어찌어찌 노조를 건설하게 됐는데 당시 교섭을 하자마자 회사 사장님이 당시 국회의원, 시흥시장,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 시흥경찰서장, 시흥 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함께 대책회의를 진행하고 바로 그 다음날 용역깡패 4백여명이 현장으로 들이닥쳐 노동자들을 폭력으로 탄압하고 노조를 와해시키기 시작했다. 당시 필자도 노조가입을 이유로 해고됐었고 동료로부터 “너 빨갱이 되면 안된다. 노조 하면 인생 망친다”는 가슴아픈 이야기를 들었어야 했다.


2010년 인지컨트럴스, 2016년 대창공업, 2018년 금토일산업 등 최근 들어 노동조합 설립이 이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노조설립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시흥시 노동환경을 좀 더 살펴보자.


2013년 이후 조사한 결과한 따르면 2014년에 4천여명이 감소하기도 했지만 시흥시 임금노동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17년에는 193,079명에 이른다. 동 기간 노동시간은 꾸준히 감소하여 2016년에는 42.5시간으로 줄어들기도 했지만 2017년 하반기 시흥시 임금노동자들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8시간으로 전년보다 주당 근무시간이 2시간 이상 증가하여 전국 평균노동시간에 비해 2.7시간이 길어졌다.

 

2013년 이후 임금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런데 2017년 하반기 시흥시 임금노동자들의 월 평균임금은 226.5만원으로 2016년 218.8만원보다 약 8만원가량 인상되었지만 전국 평균 246만원에 비해 20만원 적다. 즉, 전국평균보다 2.7시간을 더 일하지만 임금은 전국평균보다 20만원이나 적은 것이다. 전형적인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경기도 내에서 시흥시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은 31개 시ㆍ군 중 23위에 해당한다. 2016년의 22위보다 한계단 내려갔다. 시흥시 밑에 있는 시군은 여주시, 의정부시, 양주시, 연천군, 동두천시, 포천시, 가평군 등 대부분 농촌 지역들이다.


2018년 시흥시 단시간 근로자 실태조사에서도 10대 청소년의 근로계약서 미작성비율은 30%에 육박하고 최저임금 위반율은 전체 11%, 주휴수당 미지급율은 50.5%, 퇴직금 없음은 전체 47%에 이르고 있다.

 

위와 같은 시흥시의 노동환경을 두고 비영리민간단체 민주노동자시흥연대(이하 시흥연대)는 지속적인 조사활동과 캠페인 등을 펼치면서 시흥시 노동자지원센터의 필요성을 위해 활동해왔었다.


2010년부터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 문화제 등을 필두로 2012년 '시흥시 영세사업장•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과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 공청회, 2013년 '시흥시 노동정책 제언을 위한 워크샵', '시흥시 노동정책 실현을 위한 김윤식 시장 간담회' '시흥시 노동인권UP 페스티벌' (2019년 현재까지) 등을 실천해왔다.

  • 2014. 04~05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 공모 신청. 예산통과 전 민간위탁 공모를 시행했다는 절차상 이유로 사업추진 못해 불용처리됨. 7월 민간위탁 동의안 의회에서 보류
  • 2014.  '기초단체선거 출마 후보 노동정책관련 질의회시 및 기자회견
  • 2014. 10. 01 7월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동의안' 심사보류 규탄 및 노동자지원센터 설립 촉구 기자회견
  • 2014. 12. 16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 동의안 부결
  • 2014. 12. 18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 동의안 반대한 시의원 규탄 기자회견 및 천막농성
  • 2016 ~ 현재 무료노동법률강좌, 청소년노동인권교육, 노동인권UP페스티벌
  • 2016 ~ 현재 시흥스마트허브비정규직 실태조사, 시흥시 임금노동자 현황조사 등
  • 2018. 12 시흥시노동자지원센터 민간위탁동의안 통과

2018년 민간위탁 동의안으로 의회에서 또 한번의 내홍을 겪기도 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공단인근 도시로써 비정규직의 비애는 말로 다 하지 않아도 익히 안다. 이미 안산 등 인근 도시에선 비정규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조사, 상담, 교육 등을 왕성히 시행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우리 시흥시는 너무나 늦은 감이 있다”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엊그제 센터를 방문했던 50대의 노동자는 20년 가까이 제조현장에서 일하다가 월급을 더 줄이면서 소사장을 하라고 해서 싸우다가 결국에는 사직을 했다고 찾아왔다. 매일 서서 일하는 조건으로 하지정맥류를 얻어 수술도 자비로 했고 이런 억울한 사연을 어디다 호소할 길이 없어서 왔다는 것이다.


경비노동자는 분리수거를 하다가 넘어진 침대 메트리스 때문에 자기가 심은 봉숭아가 쓰러졌다고 삿대질하며 막말하는 입주민의 인격모독에 참을 수 없는 비애감을 느낀다고 한다.


단시간 노동자 실태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40대 여성은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어려워 동네 치킨집에서 오랫동안 일했지만 주휴수당이라는 것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도 했다.


한 통신사 텔레마케터로 일했던 청년은 “고객들이 처음부터 폭력적인 욕을 하지는 않지만, 너가 그러니까 그런 일밖에 못하지 라는 비아냥은 정말 가슴을 후비는 인격모독”이었다 한다.


이런 저런 억울한 사연들은 넘치고도 넘친다.

 

그러나 가장 힘을 받을 때는 역시 청소년들과 노동인권 교육을 할 때다. “노동자는 누구고 어떤 사람이니?”라는 질문을 받고 아이들은 “힘든 일, 막노동, 공부를 못한 사람, 외국인...”다양한 부정적인 답들을 쏟아내지만 곧바로 친구들은 “야~ 그게 뭐냐! 값진 사람,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 우리 가족!”이라며 서로의 생각을 소통해낸다. 미래의 노동자 또는 사용자가 될 아이들에게 노동의 소중함과 노동자 인권의 존중을 나눌 때, ‘아, 이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는 거야’를 가슴에 담는다.

 

과거 조례제정을 위해 애썼던 이성덕 전 시의원과 문정복 전 시의원, 노동자지원센터 설립을 위해 금속지역지회 일반분회 정현철 시흥연대 전 의장을 비롯하여 경기도의 유일무이한 노동정책연구기관인 사)시화노동정책연구소와 오랜 벗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신천연합병원지부 , 공무원노조시흥시지부, 전교조시흥지회, 경기금속지역지회 파카분회, 안산시흥일반분회, 금속노조 현대차정비시화지회, 전국민주연합노조 시흥시지부 그리고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시흥지회, 경기과기대노조, 마트산업노조 성담유통시화이마트지회, 전국집배노동조합 시흥우체국지부 등이 실천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다.

 

시흥시 노동자지원센터의 개소로 당장에 시흥시 노동자들의 처지와 조건이 바뀌지는 못한다. 그러나 지자체가 노동정책을 실천하고 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하는 사람의 인권, '노동인권의 존중'은 그 사회의 성숙도를 재는 바로미터다. 시흥시민의 삶의 문제인 노동, 그 소중한 권리가 존중받기 위해 센터는 따뜻한 마음으로 시민들을 만나갈 것이다.

 


 

1) 시화공단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당지역의 종합적인 개발을 충분히 고려하여 조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문제, 교통문제,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인력문제, 기술 및 자금문제), 취약한 한국경제구조(경기침체)에 의한 문제까지 매우 복합적이기 때문에 개별 입주업체나 공단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못할 사항들이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시흥시사편찬위원회, 2007,시화공단과 노동자들 – 시화공단의 문제점(79p~103p)

2)‘시화공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노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다’(김진업.시흥시사편찬위원회.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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