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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생태영성은 비문명적 사유와 생활방식이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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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단 연두농장 대표
기사입력 2011-08-31

인간사회의 금언이 있다.
“뭉쳐야 산다”
가족, 민족, 국가.
집단이기에 뭉쳐야 하고, 뭉쳐야 집단이 된다. ‘세계화’ 또한 별들의 전쟁이라도 치룰 것처럼 ‘뭉쳐야 산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가족, 민족, 국가 그리고 그 경계를 넘어선 세계가 하나.

이 논리를 뒤집어 보면 거대 집단을 위해 상대적으로 그 보다 작은 것들의 희생을 강요한다. 그래서 개인, 부족, 지역, 민족이 짓뭉개지고 무시되고 억압된다. 작은 것들의 희생은  상하 종속, 획일화, 균일화, 규모화로 집단을 키워나가며, 집단이 커질수록 독점과 지배를 낳는다.  

농경사회로부터 시작한 ‘문명’은 거대한 자연의 힘에 왜소한 인간이 ‘집단’을 이루면서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자연에 대항하는 세력으로 성장한다. 끊임없이 거대화되는 인간사회구조는 과학기술을 발달시켜 자연을 인간의 하위로 놓으며 자연의 거대한 역습을 받기 시작한다. 자연에너지를 기반으로 세워진 인간문명은 수 억 년의 자원을 100년 동안 집중되고 과다한 사용으로 자원이 고갈되어 생명 위기에 놓인 거대한 공룡의 신세로 전락하게 되었다. 이는 자연의 정화력에 의해 재편성되도록 강제된다. 자연인으로서 우리가 돌아갈 곳은 자연의 수탈을 최소로 하며, ‘내 손으로 만드는 의식주’를 실현하는 생활양식, 자연 순환적인 농사회이다.
 
자연 순환적인 농사회로 이동하기에는 현대문명의 ‘이기’에 너무 익숙해졌고 과학기술이 발달하였기에 ‘회귀’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다. 아니 서구식 생활양식과 이분법적인 사유방식을 ‘감히’ 버릴 수 없다고 애써 외면하는 것이리라. 농사회로의 전환은 소수의 배부른 돼지를 기른 것이 아닌 ‘남이 살아야 내가 사는 사회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지금도 현존하고 있는 사회, 우리가 불과 몇 십 년 전에 살았던 생활양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구조는 진보적 역사관처럼 과거와 미래가 단선적이고 직선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양한 생활양식의 사회구조는 지구 어느 한 곳에서 현존하고 있다.  

이 거부의 한 축은 수렵채취의 생활양식은 미개한 것으로, 유목민의 생활양식 또한 가난한 삶으로 바라보며 미국과 유럽의 과학기술문명의 도시가 부유한 생활양식으로 우위에 놓고 가난한 삶의 생활양식은 벗어나야 할 무엇으로 바라본다. 이것이 제국주의를 만들어낸 근본적인 이분법적인 철학을 만들어낸 것이다. 세계화의 가치가 그러하다. 따라서 ‘남이 살고 내가 살 수 있는 것’이라면 논란의 여지없이 그것이 어떤 것이든 추구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농사회로의 전환은 과거의 농경사회의  재현이 아닌 농사회가 가지고 있는 자연관과 사물을 바라보는 사유방식, 생활 자세를 회복하는 것이다.
 
특히 자연에 의존하는 삶을 말하는데, 어느 특정 인간집단, 인간관계에 의존하지 않는 삶이기도 하다. 인간관계, 특히 인맥이나 집단에 의존적이지 않는 개인은 가족에 있어서도 자립적이다. 가족 안의 개인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며, 마을의 가족단위도, 마을 군락에서도 그러하다. 어느 더 큰 것-집단이나 단위에 종속되지 않는 삶이며, 개인이 집단과 집단의 단위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일 뿐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 우리 가부장적 권위적 농경사회와 다르다. 국가와 제도로부터 자유로울 때, 진정한 농사회가 실현된다.  
 
그럼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자립적 개인과 자립적 사회가 되려면 교류를 줄여야 한다. 국가나 제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교류를 최소화해야한다. 가능하면 단절에 가깝도록 줄여야 한다. 빈번한 소통과 교류를 단절하면 최소한의 화폐와 최소한의 에너지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지금의 교류방식은 소비만을 낳는다. 관계라는 것이 ‘소비’를  필요로 하고 소비는 계속된 노동과 종속을 필요로 하다.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의 교류라도 하더라도 생산과 소비의 구조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도시는 농촌의 종속된 생활임에도 불구하고 농촌이 도시에 종속된 작금의 생활양식은 자급자족의 농촌-즉 교류를 제한 한다면 도시는 붕괴하고 말 것이다. 교류의 최첨단 과학기술인 인터넷은 자유로운 개인들의 교류지만 그 속에는 반드시 정보의 집중과 이용을 통해 중앙의 통제 시스템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개인의 교류의 그물망 속에서 소비의 그물망에 걸려들게 되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자연의 수탈을 통해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라면 농사 또한 자연으로부터 ‘최소’만을 앗아야 한다. 적게 먹고 적게 쓸 때, 서로가 존중될 수 있다. 각자의 생명은 개인으로서 자립하며, 개인은 개인으로 결합하면서 새로운 이웃이 되는 것이다. 가족에서도 자연인으로서 사는 것, 어떠한 집단도 개인의 자립과 가치 위에 올라설 수 없으며 또한 개인은 다른 개체의 가치 위에 설 수 없다는 점이다. 집단은 단지 서로의 좋은 이웃일 뿐, 서로 공생하기 위한 존재일 뿐이다.
 
개인의 행복은 ‘스스로’ 만이 가질 수 있다. 개인의 행복은 어느 집단, 사회, 국가도 책임질 수 없다. 심지어 부모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집단 사회는 마치 집단이 개인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면서 개입한다. 그 개입의 보이지 않는 근거는 개인을 착취하고 개인을 동원하여 권력의 핵심-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기 위해서였다. 개인은 오로지 자연, 그 속에서 개인 자신이 깨우치고,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 자연을 닮아가는 것, 그래서 자연에게 그 행복을 구하는 것이다. 자연에 의존하며 살아간 개인과 집단만이 그 행복을 나눌 수 있었다. 즉 인디언이나 아프리카 원주민처럼 문명으로부터 멀어진 삶의 양식을 가졌던 사람들이 그러하다. 
 
개인이 스스로의 자각이 없으면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개인의 행복은 그 누구도 가져다 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삶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의 사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사유방식이 바꾸지 않는 한, 생활양식은 변하지 않는다. 지속적이지 않는다. 그것은 고단한 생활습관화를 필요로 한다. 의식이 변하고 몸이 변해야 한다. 몸이 체화되면 그 삶의 행복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몸이 익숙해짐까지 가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산다.’
사람들이 밀집한 곳에서는 ‘강요된 삶’ 만이 있을 뿐이다. 생명의 에너지인 신선한 공기, 숨  쉴 틈이 없다. 전염병, 전쟁, 원자력 폭발, 현대물질문명의 모든 것 그리고 자동차, 정보통신, 전자파 등 문명은 그 모든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흩어져라’
자연에 간구하면서 살아가라.
살려면 흩어져라.
인간의 수많은 굴레들로부터 벗어나라.
제발 고독해져라.
고독할 때, 모든 영혼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고, 그들 하나하나를 존중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저자 소개

변현단(bikkunia@hanmail.net)
 
자연스런 삶을 도모하는 농운동가. 사람이든 생활이든 틀에 박힌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80년대 학생노동운동, 진보정당운동을 했다. 90년대 자유롭고 거침없는 성격으로 배낭여행을 자주 떠났다. 해외에서 원주민들과 어울려 살면서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에 눈을 떴다. 2000년대 , 민주노동당 환경정책을 만들고 2002년 인도에서 생태운동가인 반다나 쉬바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이후 식의주를 손수 해결하는 생활방식의 변혁을 꿈꾸며 귀농을 결정했다. 경기도 시흥에서 연두농장(연두영농조합법인, 연두농연구교육센터)을 운영하면서 잡초와 자연이 공존하는 자연스런 농사를 실험하고 있다. 전국토종종자모임 〈씨드림〉 운영위원이기도 하다.   쓴 책으로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문학부문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연두, 도시를 경작하다 사람을 경작하다』(2009,그물코),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 환경과학부문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약이 되는 잡초음식』(2010,들녘)가 있다. 문명비판 농인문교양서 『소박한 미래』(2011,들녘)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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